[Musical] 천국의 눈물 (2011.02.02)

2011. 2. 3. 14:36
천국의 눈물

2011.02.02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Cast

준 : 정상윤
린 : 윤공주
그레이슨 : 브래드 리틀
썽 : 김태훈

뮤지컬 "천국의 눈물"이 베일을 벗었다. 3년 반의 준비기간, "지킬 앤 하이드", "몬테크리스토"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맡았고, 브래드 리틀의 출연(덧붙여 소녀팬들을 위한 前 동방신기, 現 JYJ 김준수 출연)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그러한 화제의 이면에는 공연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스크립트를 수정하고 있고 픽스된게 제대로 없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었다.

"천국의 눈물"은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비디오에서 착안해 진행된 프로젝트이다. 베트남 참전 군인과 현지 베트남인 여성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준비단계부터 "천국의 눈물"은 흔히들 세계 3대 뮤지컬이라 부르는 "미스 사이공"과 비교될 운명을 타고날 수 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뮤지컬은 비교할 필요가 없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미스 사이공"에 실례가 되기 때문이다.

"천국의 눈물"은 1976년 사이공의 클럽 "펄"의 최고 인기 가수 린과 한국인 참전군인 김준형(극에서는 준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린을 사랑해 그녀를 미국으로 데려가려는 그레이슨 대령의 삼각관계 로맨스를 중심으로 해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천국의 눈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체적으로 부실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 이야기에는 스토리 구조/스토리텔링, 주제 표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진부한 삼각관계 속 로맨스이지만 그조차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는게 바로 이 "천국의 눈물"이다. 준과 린이 서로 이끌려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너무도 단편적인 하나의 군무로 스쳐지나가며 설득력이 떨어지고,(즉, 둘이 사랑에 빠져야하는 절대적 당위성만을 쫓다보니 그 과정을 놓쳤다.) 그 결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의 기반이 약해진다. 그 후의 이야기는 또 어떠한가. 삼각관계 만큼이나 진부한 이야기가 끊없이 펼쳐지는데, 2막의 이야기는 더없이 지루하고 엔딩의 화해는 너무도 급작스럽다.

극은 로맨스 뿐만 아니라, 전쟁의 아픔까지 껴안으려 하는데,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하나의 부품마냥 어찌할 수 없이 그저 소모되는 작디작은 인간의 아픔을 그저 한 넘버로만 처리하고 넘어가기에 그 깊이가 얕고 다가오는 바도 없다. 로맨스, 전쟁의 비극 등 이 뮤지컬이 말하고픈 주제들은 그 표현의 깊이가 전반적으로 얕아 '수박 겉 핥기'라는 표현이 딱 적합하다.

부실한 이야기는 결국 캐릭터가 구축되는데도 악영향을 미친다.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린과 준의 캐릭터는 그저 흐릿하다. 주인공 다운 매력이나 흡입력이 떨어지는 캐릭터들인데, 진부한 설정의 이야기가 가장 큰 원인이다. 어떠한 새로움도 기대할 수 없는 캐릭터들은 그 흥미를 반감시킨다. 삼각관계의 한 축인 그레이슨 대령 역시 그 비중이 참으로 애매하고 그의 캐릭터 표현이 충분치 않아 이후의 그의 행동에는 전혀 공감을 할 수 가 없다. 조연인 썽과 탐은 어떠한가. 등장에 비해 이후의 캐릭터 활용은 그 의지 자체가 없어 보인다.

또다른 실망은 바로 무대에 있다. "천국의 눈물"은 빔으로 쏜 영상으로 표현하는 배경에 거의 전부를 의지한다. 그 배경 앞에 일부 소품들만 이동하고 바닥의 라이트를 이용하는게 고작이다. 그 큰 무대가 어찌도 썰렁해보이던지. 뮤지컬 "잭 더 리퍼"의 이중 회전무대 등과 같은 발전한 국내 뮤지컬 무대연출에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에게 "천국의 눈물"의 이 저렴해보이는, 그리고 무성의한 듯한 무대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우려가 크다.

주절주절 실망스러운 점만 적어내려갔지만, 이 뮤지컬의 몇몇 넘버는 충분히 인상적이다 할 정도로 귀에 감긴다. 대표 넘버라 할 수 있는 '내 말이 들리나요?'(Can You Hear Me?)는 곡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1막 마지막에서 그 활용은 사실상 극 전체의 하이라이트 할 정도로 그 쓰임새가 좋다. 그레이슨 대령이 부르는 '그녀 없이는'(Without Her)은 실망스러운 그레이슨 대령 캐릭터의 활용 중, 그 마지막에서야 이래서 브래드 리틀을 데려왔구나 할 정도의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레이슨 대령 캐릭터에 대한 불만이 상쇄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썽과 린이 부르는 '누굴 믿을 수 있나?'(Who Can You Trust?), 준이 정글에서 베트공을 사살하고 부르는 '배워야만 했어'(I`ve Had To Learn) 같은 넘버들 역시 상당히 좋은 곡들이다. 덧붙여 '세상의 끝'(The End Of The World)도. 다만, 앞서 말했든 극에 녹아들어 그 활용이 제대로 된 것은 '내 말이 들리나요?' 하나 뿐이다.

충분히 좋은 넘버들과 그 넘버들을 훌륭히 소화해내는 더없이 좋은 배우들을 보고 다시 전체 뮤지컬을 생각해보니, 그 넘버들과 배우들이 한없이 아까워 안타까움이 너무도 크다. 이것들로 어떻게든 위안을 삼지 않으면 "천국의 뮤지컬"에 지불한 돈이 아까워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렇다. 최악이다. 이 뮤지컬을 가지고 브로드웨이에 진출한다는데, 묻고 싶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P.S 확인할 길 없지만, 기술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팔려나간 티켓 때문에 사실상의 프리뷰 공연임에도 그냥 강행하고 있다는 루머도 들려온다. 2일 오후 2시 공연은 급작스레 취소가 되기도 했다. 그 잦은 마이크 작동 오류와 쿵쾅거리던 무대 교체 준비들. 나 베타 테스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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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an Play&Music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