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깔깔이의 계절

2008. 11. 2. 23:42
날씨가 이젠 겨울로 향하고 있다.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참으로 짧은데...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꼭 집에서 꺼내 입는 것이 있다. 바로 깔깔이. 군대에서 얻은, 혹은 가지고 나온 유/무형적인 자산 중 가장 쓸모있고 마음에 드는 것이 바로 깔깔이다. 군대에게 얻게 되는 무형적 자산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하는게 '하면 된다'의 정신, 인내심, 끈기 등인데, 솔직히 그런 것들은 자신의 아까운, 2년이라는 무형의 시간개념을 어떻게든 가치있는 것으로 만들어보기 위한 발버둥일 뿐이고, 건질 것은 때마다 꺼내입어 유용하게 써먹는 깔깔이 뿐이다.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면 이런 에피소드가 나온다. 치아키의 집에 자신의 방에 있던 코다츠를 들고 온 노다메. 코다츠의 능력은 그걸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을 귀차니즘의 대가로 만들어버리는 것. 깔깔이도 마찬가지이다. 깔깔이를 착용하는 순간, 거기에 더해 자신의 위치를 이불 안으로 고정시키는 순간, 그 사람은 진정한 귀차니즘의 대가로 재탄생하게 된다. 한없이 이불 안에서 따스함을 느끼고 싶은 그 마음이란...

대부분의 예비역들은 이런 마음을 십분 이해하지 않을지...

지긋지긋한 군대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그 곳에서도 추억은 있는지, 매년 이맘때 다시 깔깔이를 입을 때면 그 때 생각이 나곤 한다. 내 동기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어리바리하던 아들 군번 뻘의 후임 녀석도 제대한지가 일년이 넘었을텐데, 그 녀석 또한 잘 지내고 있는지... 그 때를 생각하게 만드는 깔깔이의 이 숨겨진 기능은 좋은 기능인지, 아니면 빼버리고 싶은 오점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다 사람 나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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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an Everyday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