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스내처 (Invasion of Body Snatchers, 잭 피니)

2007. 9. 27. 19:50
"바디 스내처"는 원 제목보다는 아마도 "신체 강탈자의 침입" 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할 지 모르겠다. 나도 그러한 제목으로 어디선가 주워들은 기억이 있으니까.

잭 피니의 SF 소설 "바디 스내처"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세 편의 영화가 만들어졌고, 최근에는 니콜 키드먼,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네번째 영화가 만들어지기 했다. 이 책을 손에 든 이유 역시 영화를 보기 전, 원작 소설을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영화의 평이 워낙 안 좋은지라, 보러가기가 꺼려진다.)

잭 피니의 "바디 스내처"는 외계인 혹은 그 어떤 존재가 어느새 인간으로 뒤바껴있다는, 이런 류의 소설의 원조이자 그러기에 고전이 된 작품이다. SF 소설로도 분류되기는 하지만, 인간으로 탈바꿈하는 존재가 무엇인가? 에 대한 것보다는 그러한 존재들을 알아챈 후의 두려움과 공포라는 심리적 측면을 더 부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SF 장르의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도 별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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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상황이 주는 공포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가장 기본적 명제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일상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타인과 관계를 맺고, 상호소통을 하며 살아간다.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사회부터 국가라는 점차 큰 사회까지 그렇게 사회를 통해 살아간다.

그런데, 그렇게 내가 알던 사회구성원 중 하나가 어제까지 내가 알던 그가 아니라면? 그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내가 알던 그들이 아니라면? 어느새 남들과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어쩌면 이러한 것들은 몇십만년 동안 사회를 이루고 살아왔던 인간에게는 그 존재 깊숙한 내면의 공포일지도 모르겠다. "바디 스내처"는 그러한 공포를 다루고 있다. 나 아닌 누구도 믿을 수 없을 때의 그 무서움을 말이다.

허무하다 할 정도의 마무리가 내심 맘에 걸리지만, "바디 스내처"는 영화 때문에 인심 쓰듯이 한번 보고 넘어 갈 그런 책은 아닌 것 같다. 또한, 이 이야기를 두고 당시에는 매카시즘에 이용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렇다고 해도, 두 세번 정독할 책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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