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이유 / 미야베 미유키

2009. 7. 5. 20:48
이유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청어람미디어,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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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는 재건축 고급고층아파트에서 벌어진 일가족 살인사건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반적인 추리 스릴러의 형식이 아니라 일종의 르포 형식을 취하고 있다.

형식상의 이유로 추리 스릴러로서의 꽉 짜여진 긴장감이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형식으로 인해서 하나의 사건을 다양하고 심층적으로 보게 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 살인사건을 미야베 미유키는 왜 이런 형식으로 서술했을까?

미야베 미유키의 여타 다른 소설들이 그렇지만 이 소설의 이야기가 결국 사회를 조망하고, 그리고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근접한 답이 아닐까 한다. 사건의 현장인 고급고층아파트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 단지는 부동산 붐을 타고 지어진 건물로 원래 있던 공장 및 주거지를 재건축한 것이다. 부동산 붐(그리고 그 버블의 붕괴)과 재건축에서 느껴지는 것은 어떤 시대적 변화의 흐름이다. 미야베 미유키가 주목했던 것은 그러한 (어쩌면 자연스러운) 시대의 변화 앞에서 우리 사회의 겉모양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우리 삶과 밀접한 그 무엇 역시 변해갔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 무엇은 이웃과 가족이다. 무수히 지어진 아파트들은, 여기서는 그 표현의 효과를 위해서 고층아파트로 설정을 했는데 그 공간 안에서의 이웃관계는 전통적인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과거의 이웃이 말그대로 친밀한 또다른 가족이었다면, 고층아파트 안의 이웃관계란 고작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옆집에 누가 사는지, 그리고 무엇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 그저 서로의 삶을 살고 서로 방해받지 않고 살기를 원할 뿐이다.

"이유"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키는데, 그들은 크게 보면 몇몇의 가족단위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씩 드러나는 희생자 일가족의 정체는 가족은 가족이되, 가족은 아닌 묘한 구조를 띄고 있다. 전통적인 혈연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집단이 아니라 우연과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맺어진 관계. 전통적 가족 상의 붕괴를 미야베 미유키는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이 살인 사건을 통해서 발전하는 만큼 삭막해져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미야베 미유키는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바로 다시금 되돌아보는 가족의 의미이다. 그리고 믿음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700페이지가 가까운 분량 속에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키는데 그 많은 인물들 하나하나가 누구하나 뒤쳐지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또렷하게 가지고 있으며 그들 하나하나가 이 이야기의 주제와 밀접하게 닿아 있다. 미미 여사의 필력을 다시금 가늠케 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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