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팸어랏" (2010.10.30)

2010. 10. 31. 14:02
스팸어랏

2010.10.30 한전아트홀

Cast
아더왕 : 정성화
호수의 여인 : 신영숙
란셀롯 : 정상훈
로빈 : 김재범
갈라핫 : 박인배

"스팸어랏"은 영국의 코메디그룹, 몬티 파이튼이 만든 1975년작 영화 "몬티 페이튼의 성배"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원작은 아더왕과 성배라는 서구의 명예로운 기사도 전설을 전복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각종 패러디를 동반한, 지금 봐도 재밌는 영화이다.

브로드웨이 본토에서 이 뮤지컬이 성공을 했다하지만, 과연 서구 입맛에 맞춰진 유머코드가 우리나라에 통할까 라는, 개인적인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예로 들어봐도, "오스틴 파워" 시리즈 등은 그 벽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그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였다. 코메디는 사실 굉장히 어려운 분야다. 순간적인 타이밍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극이나 뮤지컬 같이 실시간으로 관객과 마주해야하는 무대는 연출은 물론이고 순간적인 배우들의 감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아더왕 정성화를 비록한 배우들은 자신들이 가진 그 뛰어난 감각을 무대 위에서 여실 없이 보여주며 시종일관 관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어놓는다. (순간적인 애드립의 향연이란...) 이 뮤지컬이 국내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이 배우들의 힘이 크다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도 더욱 이 뮤지컬의 넘버들은 귀에 감긴다. 국내에서 공연되었던 여러 뮤지컬들을 패러디하며 우리나라 뮤지컬계의 현실을 풍자하는 로빈 경의, 속칭 '연예인송'(You Won't Succeed on Broadway)이나 갈라핫 경과 호수의 여인의 'The Song That Goes Like This' 등이 극에 맞게 큰 웃음을 주지만, 이 뮤지컬의 주제(?)와 매칭이 가장 잘 될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같은 곡은 공연장을 나오면서도 '인생 뭐 있나요. 웃어봐요~'라며 흥얼거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최근 국내 뮤지컬계에 이런 코메디류가 뜸한 가운데 등장한 이 "스팸어랏"은 잔뜩 무게잡는 진중함도, 머리아픈 철학 따위도 던져버리고 지친 일상의 한가운데에 커다란 웃음 폭탄을 선사해주는 소중한 무대이다.

P.S "스팸어랏"의 홍보 트위터를 보니 정성화 씨의 막공 때 짤막한 깜짝 이벤트가 있는 모양이다. 공연 중 패러디 되었던 작품들 하나와 관련이 있다는데, 정성화 씨와 연관지으면, "맨 오브 라만차"이려나.

P.S 2 "지킬 앤 하이드"는 명실상부한 국내 뮤지컬계의 베스트셀링 상품이다. "톡식 히어로"에 이어서 이 뮤지컬에도 패러디가 등장하는데, 관객들의 호응이 가장 즉각적이며 열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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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an Play&Musical